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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나와 있는 등산안내 지도. 최근의 등산 가이드북은 산의 개수를 100산, 300산, 1000산 등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이다. 추상적인 머릿속 지도의 한계
머릿속 지도를 전문 용어로 심상지도(心象地圖) 또는 인지지도(認知地圖)라 하고 영어로는 멘탈 맵(mental map)이라 한다. 머릿속 지도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 전서(傳書) 비둘기나 제비, 백로, 도요새 같은 철새들은 체내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지니고 있어 태양이나 별자리를 보고 이동하거나, 몸속의 생물 시계와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지구의 자장(磁場)이나 편광(偏光), 적외선, 기압 등의 변화를 감응해 수천 km가 넘는 거리를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다.
교육 적령이 된 아동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가는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엄마 손을 잡고 다니지만 며칠이 지나면 혼자서도 학교에 갈 수 있고, 지도 교육을 받지 않아도 3~4학년이 되면 집에서 학교까지의 약도도 그릴 수 있다. 이같이 인간은 지도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머릿속에 주관적인 공간구조나 사물과의 공간관계의 형상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머릿속에 인지되어 있는 형상을 그림으로 그려 낼 수 있다.
대체로 머릿속 지도는 개개인이 인지하는 거리로도 반영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지하철 노선만 떠올리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곳에 역이 있으면 거리가 멀어도 가깝게 느끼게 된다. 이같이 머릿속 지도는 자기가 자주 다니는 길은 가깝게 느껴지고 자주 이용하는 시설은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일 수 있다.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낼 때는 사람마다 표현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그러나 머릿속 지도는 한계가 있다. 생소한 곳을 찾아 가거나 미지의 산을 오를 때는 머릿속 지도만으로는 목적지를 안전하게 찾아가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지도이다. 얼마 전 TV 여행프로그램에서 본 스코틀랜드 북서쪽의 하일랜드(Highlands)를 트레킹하는 두 명의 여자 트레커는 모두 지도와 나침반이 들어 있는 지도케이스를 휴대하고 있었다. 거리나 관광지에서도 외국의 여행객들은 대부분 지도를 들고 다닌다. 지도 사용이 일상인 외국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도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독도법 교육을 하다 보면 지도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러한 현상은 사고방식이나 문화적 배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지도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지도 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를 보면 첫째 단원 ‘우리 시·도의 모습’ 1항과 2항에 지도에 관한 내용이 16쪽에 걸쳐 나온다. 그 내용은 지도상에서 위치 찾기부터 지도의 기호, 축척, 방위 등 지도의 기초 지식은 물론 등고선 실습, 실제 거리 계산, 지도의 이용 등이다. 이 정도 내용을 제대로만 배운다면 지도를 읽고 사용하는 데 충분하다고 본다.
등산의 시작은 지도와 더불어
등산은 목적하는 산의 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등산 경험이나 인원수, 일정 등을 고려해 알맞은 산을 선정하고 지도와 가이드북을 통해 등산코스를 잡는 것이 등산계획의 첫 단계이다. 이와 같이 지도는 등산 계획에서부터 산행, 산행 후의 기록 정리까지 등산에 있어서는 필수 장비나 다름없다. 또 산악 잡지나 가이드북의 등산안내 기사를 읽을 때 지도와 대조해 읽으면 산의 형세나 경관, 등산코스, 산 주변의 정황에 대해서도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유수 산악잡지 <산과 계곡(山の 溪谷)> 2008년 9월호 ‘당신은 산에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갑니까?’라는 구독자 설문조사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산에 다니는 사람이 83%, 그렇지 않은 사람이 17%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설문조사를 했다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산이 우리나라의 산보다 높고 험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산을 대하는 자세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2,000m 이하로 사계절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산하는 사람의 태반이 건강을 위해 산에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양질의 등산 서비스를 한다는 미명 아래 많은 예산을 낭비하면서 등산로 정비와 안내판 설치를 하고 전국의 산하를 공원화하는가 하면 저급한 등산 문화를 선도하고 있어 산을 오르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의미의 스포츠적 등산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도를 도외시하는 행태는 고산 원정등반에도 마찬가지다. 지도 한 장 없이 원정등반을 계획하고 떠나는 원정대를 보면 어이가 없다. 히말라야 등반은 셰르파가 따라 붙어 지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지만, 그래도 더 높은 산을 지향하는 고산등반은 알피니즘의 범주가 아니겠는가. 셰르파가 안내해 준다 해도 원정대가 주체가 되어 등반대의 운행이나 등반의 기록과 보고를 위해서도 지도는 필요하리라 본다.
알프스에서 유래된 알피니즘의 역사도 초창기에는 가이드 등산부터 시작되어 가이드리스(guideless) 등산으로 옮겨가고, 새로운 산, 더 높은 산을 찾아 코카서스나 히말라야로 대상을 넓혀 나간 뒤 급기야는 더욱 곤란한 루트로의 등반을 지향하는 슈퍼 알피니즘으로 발전해 갔다. 이같이 알피니즘은 과학적 사고를 지닌 서구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들의 과학적 방법에 의한 등산에 지도는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지도학자인 노먼 스로워(Norman J. W. Thrower) 교수는 그의 저서 <지도와 문명>에서 ‘지도의 지식과 그 내용은 자연히 터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학습이 필요하고 지식인은 지도를 만드는 것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지도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라 했다. <카토그래피아(Cartographia)>의 저자 빈센트 버가(Vincent Virga)는 “지도는 많은 기능을 갖춘 사회적 기록으로 지식의 표상이며 기록 장치이고, 지도는 인류의 꿈이며 착상이고, 행동이며 노력이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등산에 쓰이는 지도
지도의 종류는 내용이나 제작방법, 사용 목적에 따라 그 종류가 수없이 많지만, 등산에 쓰이는 지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하는 국가기본도인 지형도이고, 두 번째는 민간 지도제작사에서 만드는 등산안내지도이며, 세 번째는 인터넷이나 GPS, 스마트 폰 등에 제공되는 전자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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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법에 열중하고 있는 트레커들. 스코틀랜드 북서쪽의 하일랜드와 같이 날씨가 변덕스럽고 황량한 곳에서는 지도와 나침반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형도는 토지의 형태를 나타낸 지도로 지형의 고저나 기복을 나타내는 등고선을 위시해 수부(하천, 저수지 등), 도로, 철도, 건물, 각종 목표물 등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지도이다. 지형도는 전국을 망라해 동일 축척 동일 규격으로 제작되어 국토개발이나 토지이용을 위한 계획 조사는 물론 학술, 교육용 교재나 등산, 야외활동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어 다목적지도 또는 일반도(一般圖)라고도 불린다.
지형도에는 등산에 필요한 정보는 별로 없지만, 산악지형을 그대로 드러내는 등고선이 있어 등산에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지형도를 이용할 때에는 산악 잡지나 등산 가이드북, 인터넷 등을 통해 부족한 정보를 보충해 넣을 필요가 있다. 또 지형도는 측량법에 따른 도식적용규정에 의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좌표나 기호, 자침편차각 등 지형도에 담긴 내용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나침반과 함께 사용하려면 독도법을 익혀야 한다.
등산에 적당한 지형도는 축척 1:25,000과 1:50,000 지형도 두 가지다. 1:25,000지형도는 실제 측량해서 제작한 실측도로 지형의 표현이 비교적 상세해 규모가 작은 산이나 걷는 거리가 5~6km 정도의 당일등산에 적합하다. 1:50,000지형도는 1:25,000지형도를 축소 편집해 제작한 지도로 1:25,000지형도보다 축척이 작은 만큼 내용도 자세하지 않다. 그러나 1:25,000지형도 넉 장의 범위를 한 장에 담고 있어 비교적 넓은 지역을 볼 수 있어 규모가 큰 산이나, 1박 이상의 산행 또는 종주등산에 적합하다.
지형지물을 좀더 자세히 살피려면 대축척지도인 1:5,000지형도를 사용할 수도 있다. 축척이 큰 반면 수록 범위가 작아 규모가 작은 산이거나 계곡, 능선 등 국부적인 지역을 보는 데 적합하다. 1:5,000지형도는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1:10,000이나 1:15,000 정도로 축소해 두 장 또는 넉 장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지만 축소율이 커지면 지명이나 기호를 읽을 수 없어 1:5,000지형도를 참조해 필요한 지명과 기호를 기입해 넣어야 하고, 1:5,000지형도는 단색 지도이기 때문에 하천이나 도로 등을 색깔로 표시해 두면 독도에 편리하다.
민간 지도출판사나 지도제작사에서 펴내는 등산안내 지도는 주로 낱장과 책자 형태라 2장이나 4장씩 붙여서 봐야 하는 지형도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하다. 또 지형도에 없는 샘터나 대피소, 위험구간, 지형지물의 명칭, 등산코스, 코스타임 등 등산에 필요한 정보가 자세하게 들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악 잡지에 수록되거나 부록으로 펴내는 등산지도는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서 만들기 때문에 최신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지형의 표현도 지형도와 같이 등고선 일색이 아니라 고도에 따라 단채(段彩)를 넣거나 입체감 나게 힐 쉐이딩(hill shading)을 덧씌워 지형 파악이 용이하다. 또 지형도와 같이 정확한 축척으로 제작되고 경위선 좌표와 자침편차각까지 표시해 지형도처럼 지도 정치(正置)는 물론 현재위치 확인 등 실제 산행에서 나침반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1:50,000지형도를 베이스로 한 전국을 한 권으로 묶은 등산지도책까지 등장해 일일이 지형도를 구입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전국의 산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등산 개념도(槪念圖)는 산악 잡지나 가이드북에서 주로 이용되는 지도로, 지형의 표현을 산줄기로 나타내어 복잡한 등고선 지도보다 개념도가 보기 쉽다는 사람들도 많다. 개념도라 해서 축척이나 방향이 정확하지 않은 약도는 아니다. 개념도도 지형도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등산로나 샘터, 위험 장소 등의 정보도 들어가기 때문에 산줄기를 정확하게 표시한 개념도라면 산행에 직접 사용해도 무방하다.
삶의 흔적이 담긴 고지도를 들여다보는 여유로움
인터넷이나 GPS, 스마트폰 등에 탑재된 전자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1:5,000이나 1:25,000 수치지형도를 바탕으로 민간에서 제작된 지도이기 때문에 지도의 내용은 종전의 종이지도와 다를 바 없다. 전자지도는 GPS와 연동되어 기상악화나 야간에도 자기위치 확인이나 길 찾기에 위력을 발휘하고, 축소 확대가 자유롭고 업데이트가 손쉬워 기능면에서는 종이지도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전자지도는 저장장치나 어플리케이션이 있어야만 볼 수 있고, 전지가 소모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으며, 능선 상이나 정상에서 한눈에 보는 파노라마는 종이지도를 따라갈 수 없다.
태블릿, 스마트 폰 같은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전자신문 이용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의 말대로 종이신문이 없어지지 않듯 종이지도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지도의 시대에 살면서도 삶의 흔적이 담긴 고지도를 들여다보는 여유로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미국의 지도학자 로빈슨(Arthur H. Robinson)의 말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글 - 최선웅 한국지도학회 부회장,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
등산과 지도 | 등산지도와 등산앱 따라잡기 -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등산지도와 나침반, 스마트폰만 활용하면 길찾기 쉬워
스마트폰마다 GPS 기능이 있는 첨단 시대에 “고리타분하게 지도 보는 법이 웬 말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지도를 볼 줄 모르면 아무리 비싼 GPS도 산에서 무용지물이다. 등고선 지형도를 보고 산의 입체적인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야 안전하고 매끄러운 산행을 할 수 있다. 지도 보는 법을 알고 여기에 독도능력을 요구하는 개척산행이나 초행지 산행 경험이 쌓이게 되면, 지도 읽는 법을 알게 된다.
등산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곧 나타날 코스가 어떤 지형이고, 얼마나 힘들고,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며, 길찾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하는 종합적인 정보를 지도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읽어내려면 지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국립공원이 아닌 이정표 없는 산에서의 산행경험이 쌓여야 한다.
기맥이나 지맥 같은 길찾기 어려운 산줄기 종주시 지형도만 보고도, ‘이 지점에선 조심하지 않으면 알바하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알바’란 엉뚱한 길로 잘 못 들어 발품을 판다는 산꾼들의 은어다. 독도 능력은 지식과 경험, 감각 등이 쌓여 생기는 산꾼의 ‘감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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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산 석문봉 정상에서 지도정치를 하는 등산인들.
축척
축척은 실제 지형의 크기를 얼마나 작게 축소했는지 알려 주는 비율이다. 국토지리정보원(www.ngii.go.kr) 지형도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것이 1:25,000과 1:50,000 지형도다. 숫자가 낮을수록 상세한 지도다. 5만 분의 1 축척에서 지도상의 1cm는 실제거리 500m이고, 2만5,000분의 1 축척은 1cm가 250m다. 그러나 경사진 등산로의 경우 지도상 거리보다 약간 긴 편이다.
일반적인 산행은 5만 분의 1 축척 지도를 가장 많이 쓰고, 길찾기에 주의해야 하는 산행을 할 때는 세밀한 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를 쓴다. 산행 대상지나 도로 등을 찾을 때는 10만 분의 1축척 지도를 사용한다. 10만 분의 1 축척은 지도책으로 나온 것이 많다. 등산지도의 경우 산의 크기에 따라 지도의 범위를 설정하기에 축척은 다양한 편이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큰 산은 2만5,000분의 1보다는 5만 분의 1축척으로 보는 것이 더 편리하고, 작은 산은 2만5,000분의 1축척으로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등산지도를 보면서 산행할 땐 축척을 확인한 후 거리와 소요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5만 분의 1축척 지도를 2만5,000분의 1축척으로 착각하고 거리를 계산하면 산행거리와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도 축척에 대한 이해와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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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5,000분의 1축척 지형도(왼쪽)와 5만 분의 1축척 지형도. 형광펜으로 그은 선은 석문지맥 경로. 지도 케이스가 없을 땐 지퍼백 등의 비닐에 넣어 휴대가 편하도록 한다.
지도에 표시된 색깔
지도에는 특정 색깔은 어떤 것들을 표시한다고 약속되어 있다. 파란색은 물을 뜻하며 계곡, 저수지, 바다 등을 표시한다. 해안명이나 계곡명, 저수지명 같은 명칭도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초록색은 산(등고선), 밭, 풀밭 등의 산림을 표시하며 지방도로 역시 초록색으로 표시한다. 검정색은 건물 같은 인공적인 요소와 지명 등 다양한 것을 표시한다. 붉은색은 국도를 비롯한 일반 도로 등을 표시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경우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는 검정색으로 산높이를 표시하고, 삼각점이 없는 곳은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색깔에 따른 분류는 지도의 발행처와 목적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등고선의 이해
등고선을 이해하는 것은 등산지도를 읽는 능력과 직결된다. 기초가 탄탄한 선수가 프로에서도 성공하는 것처럼 산꾼들의 독도능력도 등고선을 읽는 능력이 고수와 중수를 구분하는 잣대가 된다.
등고선은 해수면(0m)을 기준으로 산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선이다. 등고선은 해발고도에 따른 동일한 고도지점을 연결한 선으로, 산을 칼로 자른 단면의 테두리가 곧 등고선이다. 그러므로 선은 연결된 폐곡선이다. 등고선은 계곡선과 주곡선이 있다. 계곡선은 굵은 선으로 5만 분의 1축척에서는 100m 간격으로 높이를 표시하는 선이다. 2만5,000분의 1축척에서는 50m 간격으로 계곡선이 표시되어 있다. 주곡선은 계곡선 사이의 선으로 5만 분의 1축척에서는 고도 20m를 표시하는 선이다. 2만5,000분의 1축척에서는 10m 간격으로 표시되어 있다.
등고선과 등고선 간격이 넓다면 완만한 지형이라 산행이 쉽다. 반면 등고선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가파르다는 것이며 등고선이 빽빽해 선이 중첩되어 보이는 것은 절벽이다. 등고선이 일관된 흐름으로 튀어나온 것은 흘러내리는 능선을 뜻하며 반대로 파고드는 것은 계곡을 뜻한다. 자칫 지도를 잘못 읽으면 능선과 계곡을 반대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종합해 등고선을 파악하면 지형도만으로 입체적인 산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 이런 능력은 독도를 통한 산행 경험이 늘수록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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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차원 지형을 2차원 지도에 옮겨 놓은 것이 등고선이다.
나침반은 필수
나침반이 없으면 지도가 무용지물이 된다. 어디가 북쪽이고 남쪽인지 방위를 알아야 지도를 놓고 산행에 사용할 수 있다. 나침반을 사용해서 지도정치(지도를 나침반에 놓고 위치를 파악하는 것)를 할 때는 나침반이 정확히 작동되도록 평평한 곳에 놓고 사용해야 한다. 또 자석이 있는 전자기기나 쇠붙이 등에서 멀리해야 오류가 없다. 간혹 봉우리의 삼각점 위에 나침반을 놓고 사용하는데, 콘크리트 삼각점 속에는 철근이 있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등산지도의 장점
등산지도는 말 그대로 등산에 특화된 지도다. 등산지도에는 등고선으로 표시한 지도 외에 지형을 단순화시켜 표시한 개념도도 포함되어 있다. 개념도는 능선을 선으로 그려 등고선 지형도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등산에 꼭 필요한 것들만 추려서 표시한 단순한 형태의 지도인 셈이다. 길찾기 쉬운 대중적인 산행지에서는 간편하지만 지맥산행이나 오지개척산행처럼 미세한 독도능력이 필요한 곳에서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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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봉우리. 2 주능선. 3 안부. 4 지능선. 5 사면. 6 계곡. 7 가지능선(지능선). 8 암릉.
등산지도는 산행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축척과 모든 지도상의 표시가 산행하는 데 유용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산로가 표시된 것은 물론, 모든 지명이 읽기 편하게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는 산이름과 지명을 대부분 한자로 표기하고 있으며 등산로는 표시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소로(폭 1.6m 이하의 길)를 표시했으나 워낙 예전에 조사된 것들이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산길, 즉 길이 없는 곳에 길 표시를 해둔 정확하지 않은 정보다.
등산지도 읽는 법
등산지도는 발행기관에 따라 표시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는 본지에서 발행한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축척은 5만 분의 1이며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를 기반으로 한 등고선 지도다. 보통 등산지도라고 하면 산을 중심으로 일부분의 지형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4000산 등산지도>는 우리나라 전도다. 남한의 모든 지형을 담았으며 그 중 4,000여 개의 봉우리에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다. 또한 일부 걷기길과 MTB코스를 담아 종합적인 아웃도어 지도로 사용가능하다.
등산지도는 능선에 입체적인 음영을 넣어 지형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했다. 길 중심인 일반지도와 달리 등산로가 가장 눈에 잘 띄도록 붉은 점선으로 표시했다. 국립공원의 경우 법정등산로는 굵은 점선으로, 비지정등산로는 옅은 색깔의 점선으로 표시했다. 산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표시한 등산지도들도 있으나 산행소요시간은 날씨와 계절, 배낭 무게, 컨디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객관적인 지표를 뽑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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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 가야산 부분. 아래의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와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척은 같다. /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5만분의 1 축척, 홍성 도엽.
<4000산 등산지도>는 거리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등산로를 표시한 점선 하나가 100m이며, 점선 5개마다 검은 점을 찍어 500m 거리임을 알 수 있다. 베테랑 입장에선 소요시간을 표시한 등산지도보다 정상까지 거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등고선 지도가 훨씬 편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국내의 등산지도 중에서 100m 단위로 등산로 점선을 표시하고 500m 단위마다 검은 점을 찍은 지도는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가 유일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이들이 백두대간, 정맥, 기맥, 지맥을 타는 산줄기 종주꾼들이다. 대간과 정맥은 과거에 비해 길이 잘 나 있고 자료가 많지만 지맥의 경우 여전히 지형도를 구입해 능선에 지맥 선을 그어 따라 가는 이들이 많다. <4000산 등산지도>는 대간, 정맥, 기맥, 지맥 선을 다 표시해둬 산줄기 종주꾼들의 손을 덜어 준다. 이처럼 한국의 등산지도는 외국의 등산지도에 비해 무척 상세하고 편리하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인 특유의 등산 사랑이 낳은 긍정적인 결과물인 셈이다.
지도에도 오류가 있다
지도는 정확성이 생명이지만 이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지도의 원판이라 할 수 있는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는 지명이나 산 이름과 산이나 고개 등의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것이 많다. 지도를 처음 만들 때 한자를 잘못 옮겨 쓴 것이 굳어져 아예 산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다.
군부대가 있을 경우엔 보안상의 이유로 시설을 표시하지 않는다. 이는 등산지도도 마찬가지다. 다만 산행 시 능선에 군시설이 있으면 우회 등산로를 표시해야 하기에 ‘시설물’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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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의 지리산 부분. 능선에 음영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으며, 등산로를 점선으로 표시했다. 점선 하나가 100m 거리이며 500m 단위로 검은 점을 표시했다. 백두대간과 정맥, 지맥을 표시했고 산행 중 기점으로 삼을 만한 것들을 표시했다.
등산지도는 산행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기점을 추가로 표시한다. 등산로 입구의 식당이나 큰 바위 등 이정표 역할이 되는 것들은 ‘지도에 이런 것까지 표시되어있네’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을 다 표시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표시가 많으면 지도가 복잡해져 등고선과 등산로를 읽는 데 방해가 된다. 꼭 필요한 것만 표기하는 것이 지도의 가독성을 생각한다면 더 낫다.
등산로의 경우 GPS로 답사해 정확하게 표시한 지도도 있지만, 적당히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취합한 것도 있다. 워낙 과거에 등산로를 조사해 등산로가 없어진 경우도 있다. 또 실수로 등산로를 잘못 표시한 것도 있다. 그러므로 등산로가 지도에 잘못 표시된 경우에도 지도를 살펴 완만하고 짧은 코스로 하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경우 등산 문외한인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등산안내도와 이정표도 오류가 있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 세운 이정표를 참고는 하되, 혼자서도 지도를 보고 산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진정한 산꾼이라면 혼자 등산로 없는 산에 떨어져도 지도와 나침반만 있다면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고산등반을 한다는 산악인들도 지도 읽기와 독도 같은 기본을 갖추지 않은 이들이 많다. 과거 대학산악부에서 암빙벽등반만큼 산줄기 종주를 중요시 여겼던 것은 우리 산줄기를 제대로 알고, 기본 체력과 독도 능력, 하중 훈련, 야영법 등 기본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모든 등산로의 80% 이상은 능선과 계곡으로 나 있다. 인위적으로 계산해 그렇게 등산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차가 없던 옛날부터 능선과 계곡이 가장 산을 가는 가장 합리적인 코스였기 때문이다. 경치와 계곡을 보는 이점이 있는 반면 사면길은 숲이 우거져 볼거리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잠깐 우회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등산로가 사면으로만 표시되어 있다면 혹 지도에 등산로를 잘못 표시한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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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정치의 예. 눈에 띄는 봉우리 등 지도상에서 찾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내 위치를 유추하면 된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현 위치 확인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틈틈이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무척 귀찮다. 일행과 함께 간다면 위치 확인하려는 사이 혼자 뒤쳐질 수도 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산입구와 건물 등, 확실하게 현 위치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를 토대로 지도상에 위치를 확인해 가고자 하는 코스의 지형을 1km 단위로 머릿속에 담아야 한다. 대충 1km 이내에 어떤 지형이 나오고 갈림길은 어디 있는지 등을 지도를 보고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1km 단위로 지형을 확인하고 머릿속에 넣는 습관을 가지면 여간해선 길을 잃지 않는다. 시야가 트인 장소가 없더라도 이런 방법으로 현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시야가 트인 곳에선 경치도 즐길 겸, 지도 정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경치가 드물고 이정표 없는 육산이라면 바위에 일부러 올라가서라도 현 위치 확인을 해야 한다. 자북선을 지도에 긋고 각도를 재고, 위도·경도 등을 이용해 지도상에 정확한 위치를 구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산꾼은 극소수다. 또 복잡하고 번거로워 일부러 배우기도 쉽지 않다.
나침반을 수평으로 놓고 나침반의 붉은 자침이 가리키는 북쪽에 지도상의 북쪽인 위쪽이 평행이 되게 맞춘다. 주의할 것은 지도는 도북과 자북 같은 미세한 오차가 있으므로 지도를 나침반 왼쪽으로 살짝 8도 정도 틀어 줘야 한다. 주변 경치를 보며 이름 있는 봉우리 등 바로 지도상에서 찾을 수 있는 지점을 지도상에서 찾아 비교해 내 위치를 유추하면 된다. 이때 지도상에서 찾을 수 있는 지점이 여러 곳일수록 현 위치를 찾기가 수월해진다. 말로 열 번 설명 듣는 것보다 직접 한 번 해보면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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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용 앱인 동아지도 ‘산으로 가는 길’을 작동시킨 모습.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상세한 한글 등산지도에 현 위치와 자신이 산행한 경로를 보여 준다.
스마트폰 등산앱 활용
스마트폰에는 GPS칩이 내장되어 있어 앱만 내려 받으면 산행 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등산앱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앱을 골라 쓸 수 있다. 대표적인 유료 앱은 동아지도에서 만든 ‘산으로 가는 길’이다. 유료로 전자등산지도를 구매하면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를 스마트폰에 내장하게 된다. 통화가 되지 않는 산에서도 한글로 된 등고선 지도에 정확하게 자기 위치를 표시하며, 걷고 있는 산행경로를 표시한다. 트인 곳이 없는 육산에서도 편하게 자기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야간산행에도 큰 도움을 준다.
무료로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대중적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 지도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산에 가기 전, 통화가 잘되는 곳에서 가고자 하는 산행지를 적당한 축척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게 한 후 네이버는 메뉴의 ‘다운로드’, 다음은 메뉴의 ‘오프라인’을 터치한다. 이렇게 하면 화면에 보인 지도만 저장하게 되어 통화와 인터넷이 되지 않는 산에서도 저장해 둔 지도를 불러내 GPS 기능으로 현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GPS칩 성능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삼성 갤럭시S4와 애플 아이폰4 이상의 스마트폰이라면 깊은 계곡에서도 끊김 없이 사용가능하다. 다만 배터리가 빨리 닳으므로 예비 배터리 등을 준비해야 한다. 등산지도와 스마트폰, 나침반을 모두 활용하면 산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산 앞에 홀로 선 단독자
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산에서 직접 독도를 해봐야 한다. 국내에 독도 관련 전문 서적도 얼마 없지만 공부만 한다고 해서 다 이해할 수 없다. 숱한 알바가 고수를 만든다.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 산줄기 종주 시 알바를 많이 경험하다 보면 나중에는 ‘감’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느낌이 이상하면 무조건 제자리에 서서 현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고수들은 조금만 잘못된 길로 가면 그런 느낌이 온다. 이런 노하우를 글로써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편안한 국립공원을 떠나 진짜 야생의 산에서 혼자 길찾기를 하고 정맥, 기맥, 지맥을 타면 고수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산꾼들이여 앞사람 뒤꽁무니를 좇지 말고, 산 앞에 홀로 선 당당한 단독자가 되라.
등산과 지도 | 등산용 애플리케이션 - 통화권 이탈 산 위에서도 GPS는 살아 있다
등산용 앱은 사용 지도 다양하고 데이터 관리 편해야
스마트폰을 등산용으로 사용하려면 적당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설치가 필수다. 내장되어 있는 GPS만으로는 산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도 앱은 위치와 이동속도, 방향 등의 GPS 데이터를 사용자가 알기 쉽게 가공해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용 지도 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앱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지도 앱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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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등산용 앱을 사용해 산행 중에 위치와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도 앱은 다음, 네이버,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다. 내장된 GPS가 수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지도 위에 현 위치를 표시하는 기본적인 기능이 포함된 앱들이다. 최근 이 온라인 기반의 지도 앱도 오프라인을 지원, 미리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지도를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이용하면 전화 불통 지역에서도 저장된 지도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지도 앱은 간편하고 사용이 편리하며 무료라는 것이 장점이다. 초기에는 도로망 정도만 서비스됐지만, 지금은 교통상황이나 명소, 맛집 등 주변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해 여행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정작 산행 시 필요한 중요 정보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등고선과 등산로가 표시되고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지형과 경로 파악이 쉽지 않다.
지도 품질이 등산용 앱의 경쟁력
정확한 지도는 등산용 앱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 덕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지도는 정밀한 종이 등산지도에 비하면 거칠고 오류가 많은 편이다. 그래도 최근 지도 앱은 대도시 근교산이나 유명산에서는 그런대로 쓸 만하다는 평가다. 등산로가 확실한 곳에서는 참고용으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길을 잃거나 조난을 당했을 때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등산용 앱에 사용하는 지도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무선통신 환경이 좋은 편인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산에서는 데이터 통신이 어렵다. 즉 온라인 지도 기반의 앱은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이런 조건에 해당되는 것이 오프라인 지도와 사용자 지도(Custom Ma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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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지도는 제작사에서 앱과 함께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디지털 등산지도를 의미한다. 사용자 지도는 종이지도를 스캔하거나 기존 인터넷의 전자지도를 캡처해 직접 만든 것이다. 오프라인 지도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사용가능하다.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거나 사용자 지도를 제작해 저장해 뒀다면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깊은 산에서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등산용 앱은 오프라인 지도나 사용자 지도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위치와 등산로를 파악하고 궤적과 주요지점을 저장해 편집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등산용 앱으로 안드로이드용 ‘OruxMaps’, ‘Locus Free’, 애플 IOS용인 ‘MotionX GPS’과 ‘산 넘어 산’ GPS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제작한 우리나라 전국의 오프라인 지도만 지원하는 동아지도의 ‘산으로 가는 길’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모두 사용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등산용 앱이 다양해
안드로이드용 앱인 ‘OruxMaps’(무료)은 온라인 지도, 오프라인 지도, 사용자 지도 모두 사용 가능하다. 항법 기능이 있으며 GPS 데이터 기록과 입출력 기능을 제공한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PC에서 오룩스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 지도를 만들어 스마트폰에 입력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 앱인 ‘Locus Free’(무료)는 온라인, 오프라인, 사용자 지도를 사용할 수 있다. 항법 기능 있으며 GPS 데이터 기록과 입출력 기능을 제공한다. 한글 메뉴를 제공하며 ‘Locus-addon map tweak’를 함께 설치하면 고해상도의 구글 위성 영상지도를 오프라인 지도로 사용할 수 있다.
애플 IOS용인 ‘MotionX GPS’는 온라인 지도와 오프라인 지도를 사용할 수 있고 항법 기능이 가능하다. 단 종이지도를 스캔한 사용자 지도는 사용할 수 없다. GPS 데이터 입출력 기능을 제공한다. 등산은 물론 자전거, 걷기, 마라톤 등 다양한 스포츠에 적합한 기능을 담고 있다.
애플 IOS용인 ‘산 넘어 산 GPS’는 국내에서 제작한 한글 앱이다. 온라인 지도, 오프라인 지도, 사용자 지도로 사용가능하다. GPS 데이터 기록과 입출력 기능을 제공한다. 네이버 지도(온라인만 지원)와 동아지도 5만 분의 1등고선 지도(유료)를 지원해 국내 사용자들에게 최적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네이버 지도상에서 작성한 웨이포인트를 gpx 형식의 파일로 저장해 자신의 아이폰을 통해 이메일을 열어 다른 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 ‘산으로 가는 길’(IOS에선 ‘등산GPS’)은 지도 전문업체인 동아지도에서 만든 등산용 앱이다. 초보자에게 적합한 앱으로 기능이 단순하고 지도가 내장되어 있어 편리하다. 한글화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전역 5만 분의 1 등고선 지도를 모두 담고 있어 등산용으로 안성맞춤이다. 15만 원을 내면 전국 지형도를 받을 수 있다(월간산과 공동제작한 <대한민국 4000산 등산지도>(정가 7만 원)를 구입할 경우 무료 제공). 신산경표 기준 1대간 11정맥 6기맥 170개 지맥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산행궤적을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으며 저장한 궤적은 PC용 프로그램으로 관리 가능하다.
등산용 앱 가운데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제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이드용 앱인 트랭글 GPS. 회원끼리 트랙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하는 것이 다른 앱과 차별화된다. 온·오프라인 지도를 모두 지원하며, 등산지도는 구입해야 한다. 국내 최대의 사용자 커뮤니티를 보유한 등산용 앱이다. 자신의 성향과 취미에 따라 트랭글 GPS에 개설된 클럽에 가입해서 동호회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등산과 지도 | 고수의 독도법 노하우 - 독도능력은 90%가 "감" 수많은 알바가 고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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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법을 설명하는 신경수 선생.
신경수(63)씨는 골수 산꾼들이 인정하는 독도 전문가다. 백두대간과 9개 정맥, 19개 기맥, 100개가 넘는 지맥을 다 탔으며 이외에도 400여 개의 산줄기를 완주했다. 1만7,000km를 걸은 산줄기 종주 전문가인 것이다. 제대로 된 등산로나 이정표 없는 산줄기를 혼자 산행했기에 섬세한 독도능력은 필수였다. 또한 GPS의 도움 없이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산행을 해왔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전국의 산줄기를 탔습니다. 저는 오직 나침반과 지형도만 가지고 산행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GPS가 대중화되어 속칭 ‘알바’(가려는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잘못 가는 것)를 덜하며 산줄기 완주를 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산꾼들은 나침반이나 지형도가 그리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능선을 읽을 줄 모르면 아무리 훌륭한 GPS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고전적인 지도와 나침반을 통한 독도 능력은 세월이 흘러도 필수입니다.”
그는 GPS의 활용으로 산행이 수월해졌지만 고전적인 독도능력은 기본이라 말한다. GPS트랙만 무심코 따르게 되면,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고장·분실했을 경우 대처능력이 떨어져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행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이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형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산행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산행의 기초도 탄탄히 다질 수 있다. 지형도상에 현재 내가 어느 위치에 있다는 것을 항시 대조해 가며 산줄기를 완주했을 때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GPS트랙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완주할 경우 이런 재미가 덜하다. 안내산악회의 안내인 발뒤꿈치만 보며 산행하는 것과 다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PS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지형도와 나침반, GPS를 적절히 조화시켜 사용하면 더욱 재미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신경수씨의 산행법은 먼저 갈 산줄기를 정하고, 지형도를 구해 능선을 선으로 긋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려는 산줄기를 제대로 그렸다고 해서 알바 없이 답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수씨는 지맥 이하의 짧고 낮은 산줄기 산행을 하고 있는데, 지리산 주능선처럼 능선이 크고 선명한 곳은 드물다. 야산처럼 낮은 산줄기가 두루뭉술하게 흐르는 곳이 많아 아무리 독도 고수라 해도 전혀 알바를 하지 않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솔로 산행의 달인인 신경수씨조차 가끔 알바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형도에 선을 제대로 그었어도 실제 능선과 접목 시키는 데에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형도 상에 똑같은 모양의 능선이라도 실제 지형에서 나타나는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고수들은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오랜 산행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적용해 제대로 된 길을 찾는다.
그러나 대간이나 정맥 같은 산줄기 종주 산행에 있어 산자분수령에 의한 마루금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뿐이기에 종주꾼들은 그 길을 찾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는 독도 노하우를 전해 주기 전에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 세 가지 있다고 강조한다.
1. 5만 분의 1 지형도에 능선을 그리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2. 자신의 평균 속도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3. 5~10m 정도 되는 튼튼한 보조로프 하나쯤은 비상용으로 항시 휴대해야 한다.
종주산행의 독도 능력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정확하게 알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근접하게라도 알아야 한다. 이를 파악하는 독도법을 말로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오랜 경험에 의해 스스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이면 지도와 실제 산줄기의 내가 일체가 되어 진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며 90% 정도까지는 ‘감’으로 알 수 있다. 여기서 ‘감’은 숱한 경험으로 배우는 동물적인 노하우다.
산행에서 가장 많이 쓰는 5만 분의 1 축척 지형도를 예로 설명하면, 5만 분의 1지도는 지도상의 1cm가 실제 500m 거리다. 등고선 한 개는 높이가 해발고도 20m다. 그러나 능선의 경우 1,000m로 그려져 있고 그 위에 더 이상 등고선이 없다면, 그 높이를 1,010m로 보는 것이 옳다. 등고선이 하나 그어지기 위해선 아래 등고선에서 20m 이상이고, 40m 이하의 높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값인 30m로 높이를 기록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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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씨는 등고선이 촘촘하거나 멀거나 상관없이 무조건 도상거리를 재어 거리를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1cm(500m) 안에 등고선이 하나밖에 없다면 엄청 완만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산해 보면 밑변 500m, 높이 20m이니 환산해 보면 빗변의 길이가 500.4m다. 거의 평지길이라고 보아야 한다.
절벽은 90도 각도이므로 1cm 안에 등고선이 무한대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므로 일단 높이와 거리가 같은 500m라고 한다면 등고선의 개수는 25개가 되며 그 경사도는 탄젠트(tan)의 값이 1이 나오는 각도가 되므로 45도가 된다. 그러므로 빗변의 길이, 즉 사람이 이동하는 거리는 707m가 된다.
이 정도 각도를 가진 산의 실제 등고선을 보면 1cm 안에 25개를 그려 넣어야 하므로 등고선의 간격은 0.4mm 간격이다. 얼핏 봐서는 두꺼운 선 하나처럼 중첩되어 보이게 된다. 즉 45도 각도만 되어도 실제로는 절벽 같은 급경사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빗변의 길이가 707m이므로 밑변 500m에 대한 비율로 계산하면 1.414배이다.
신경수씨는 국내 지형도를 바탕으로 등고선이 촘촘한 곳을 세어보았다. 보통 1cm 안에 15개 정도 있다고 한다. 등고선 1개의 높이가 20m이므로 15개면 해발고도 300m다. 이에 대한 빗변의 길이는 583m로 도상거리의 1.17배다. 그러므로 평균 실거리를 보면 도상거리의 1.2~1.25배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즉 도상거리 10km를 답사했을 경우 실제로는 약 12.5km를 답사한 것이 된다.
산줄기 종주 시 길 찾기 주의해야 하는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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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폭이 좁은 긴 막대 모양의 등고선 하나만 있는 경우
지형도상으로는 거의 높낮이가 없는 평지성 능선을 가는 것이지만, 실제로 답사해 보면 그 안에는 둔덕 수준의 봉우리들이 여러 개가 있는 경우가 많다. 1~2개 봉우리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지형도상의 길쭉한 폐쇄곡선(등고선) 안에 있는 봉우리 중 어느 것이 등고선이 말하는 정상인지 알 수 없어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해 알바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안부에서부터 봉우리 정점까지 올라가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봉우리를 정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올라가는 봉우리들이 많을 경우 제일 높이 올라간 봉이 정상임은 자명한 일이다.
02. 폭이 넓은 긴 막대 모양의 등고선이 하나만 있는 경우
1번의 내용과 같지만 너른 운동장 같은 폭 안에서 올챙이가 헤엄치듯 역동적으로 수없이 많은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어 도상거리보다 실제 거리가 훨씬 더 길어진다. 정상을 찾는 방법은 1번과 같다.
03. 등고선의 고도 간 간격이 촘촘하며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경우
촘촘함이 심해지면 결국 절벽이 된다. 이런 지형을 만났을 경우 우회하는 길의 흔적이 대부분 있으니 잘 찾아서 진행해야 한다. 없다면 사면으로 가는 루트를 만들어 개척산행해야 한다. 이마저도 위태로울 경우 절벽 바위를 뿌리째 도는 방법이 있고, 아예 계곡까지 떨어졌다가 그곳을 지난 능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복귀한 곳이 어디인지 모를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진행하면서 등고선상의 어느 특정한 지점(주위보다 높은 봉우리나 제일 낮은 안부)을 찾아 그곳에서부터 다시 지형도와 일치시키며 진행하면 된다.
04. 등고선 간격이 촘촘하고 모양이 원을 그리고 있을 경우
지형도에 능선을 그을 경우 정점에서부터 한없이 많은 마루금을 그을 수 있는 아리송한 산줄기가 된다. 완만한 능선이 있는 곳에서부터 능선을 그어 역으로 올라와 능선을 가늠해야 한다. 아니면 적당히 방향을 잡고 신경을 곤두세워 내려가며 좌우를 유심히 살펴 조금씩 트래버스하면서 본래 능선을 찾아 가면 된다.
05. 지도상 거리 훈련하기
가고자 하는 능선의 흐름이 확 꺾이는 곳이 있다면 그 꺾이는 지점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현 위치에서 도상거리 얼마를 더 가서 방향을 바꾸는지 알면 수월하다. 도상훈련을 하여 몸으로 익혀 실제로 그만큼 진행한 다음 꺾어지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폭을 사용해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 동네 평지 길을 갈 때 성인남자의 경우 보통 보폭이 0.7m다. 산에서는 0.5m 정도 된다고 가정했을 때 도상 200m를 가서 꺾인다고 하면 약 400(200/0.5)번 발걸음을 세면서 걸어가 그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면 된다.
06. 고속도로나 채석장 등의 까마득한 절개지를 만날 경우
일단 조망이 뛰어나므로 사방을 둘러보며 내려갈 수 있는 길을 가늠해야 한다. 보통은 수로를 따라 내려가면 되지만 그 다음이 문제가 된다. 고속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대책 없이 목숨 걸고 무단 횡단할 수는 없다. 보통 멀지 않은 곳에 지하통로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야 한다. 절개지 위에서 내려서기 전에 지형을 살펴 지하통로를 찾아야 한다. 고개 좌우로 고속도로가 내리막을 형성하고 있는데 잘 살펴보면 낮은 지형을 이루며 길 옆 논밭 혹은 일반도로가 지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07. 우회길 선택시
절벽이 있어 우회할 경우 정점의 시야가 트인 곳에서 우회할 코스를 택해야 한다. 이때 계곡 밑바닥까지 잘 보이는 곳을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시 잡목과 넝쿨들이 정글을 이뤄 100m 가는 데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08. 임도라고 방심마라
임도 따라가는 산행은 편하다. 편하기 때문에 무작정 임도를 따라가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한 데로 가서 산행을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줄기 종주의 원칙은 능선으로 난 임도는 따라가지만 사면으로 난 임도는 절대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지형을 감안했을 때 임도가 다시 능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한 굽이 정도 가본 후,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 되돌아와야 한다.
09. 내리막에서 지형도에 없는 양 갈래로 갈라지는 능선
내리막에서 지형도에 없는 양 갈래로 갈라지는 능선을 만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이 경우 양쪽 능선의 각도를 판단해 진행한다. 이런 미세한 독도를 요하는 곳에서는 도면상 북쪽과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이 조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도북(도면상 북쪽)과 자북(나침판상 북쪽)은 우리나라 기준 7.5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올라갈 때 그런 지형이 나왔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든지 능선이나 봉우리에 이르기 때문이다.
10. 능선을 그릴 수 없는 불분명한 산사면을 내려갈 경우
길 흔적을 살피며 내려가다 보면 능선이 형성된다. 조금씩 트래버스해서 능선을 찾아가면 된다. 이럴 경우 주변을 잘 살피면서 내려가야 한다.
등산과 지도 | 고수의 독도법 노하우 - 독도법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입니다
본지에 특별부록지도 코스가이드 연재하는 박영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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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돌이’ 박영래(67) 기자는 30년째 본지에 특별부록지도 코스가이드를 연재하고 있다. 샘터, 묘, 이정표, 시간과 거리 등 등산에 필요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짚어 주는 그의 세심함과 꼼꼼함 덕분에 독자들은 박영래 기자의 기사만 읽고 가도 등산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다.
“매월 한 곳의 산을 기사로 쓰려면 동서남북 모든 코스를 따로 답사해야 합니다. 최소 네 번은 답사해야 제대로 된 가이드 기사를 쓸 수 있어요.”
박영래 기자 또한 GPS를 가지고 다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한 고전적인 방법으로 독도를 하며 방향을 가늠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크고 작은 산을 누구보다 먼저 가서 정확하게 답사를 하기 위해서는 독도법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독도법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오를 산 이름부터 그곳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를 지도나 가이드북, 또는 그 산을 가 본 사람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요. 그저 아는 사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로 독도법을 익힐 수 없어요. 그러니 내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구하세요.”
박영래 기자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2만5,000분의 1 지형도를 주로 사용한다. 그 이유는 등고선 보기에도 편하고 지도 빼곡히 메모를 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그는 답사할 산을 정하고 나면 우선 지형도에서 계곡과 능선을 선으로 긋고 안부를 점으로 표시한다. 이런 작업을 미리 해놓아야지만 실제 산행에서 정확하게 독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간혹 개념도만 들고 산에 가는 이들이 있는데, 개념도에는 능선과 등산로 표시만 되어 있고 등고선이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도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니 반드시 개념도를 챙겨 가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겨울을 제외하면, 또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종주나 대간 종주 외에는 대부분 당일산행이 가능합니다. 이정표도 아주 잘되어 있고요.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오를 산을 파악하고 코스를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하고 신나는 일이예요. 등산에서 위험을 계산하는 척도는 근본적으로 독도법에 근거한 산행계획에서 시작됩니다. 예상되는 장비, 식량, 연료 소모량이 모두 여기서 계산되는 거죠.
남들 다 가본 설악산, 지리산일지라도 그곳을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이 신세계로 들어서는 티켓이 바로 독도법입니다. 계획한 대로 산행을 마치고 난 후 얻는 성취감은 독도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그러니 산행에 나설 때마다 지도를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나침반을 들고 지도와 지형을 맞춰보는 습관을 기르세요.”
악돌이 박영래 기자의 독도법 노하우 1. 최신 지도 원본을 가지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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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도는 자주 수정할 수 없어서 오래된 지도에는 도로나 건축물들이 누락돼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왕이면 공인된 기관에서 발행한 최신 지도를 들고 다니는 게 좋다. 또한 초보자라면 컬러지도 원본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복사하는 과정에서 지도가 왜곡될 수 있고 흑백으로 복사하면 색으로 판별하도록 되어 있는 지형물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독도를 할 때 헷갈릴 수 있다. 지도는 지도케이스에 넣어 다니거나 비닐코팅을 해야 물에 젖거나 찢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지도의 지능선과 지계곡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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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산이나 남들이 자주 찾지 않는 산을 갈 때에는 통상 오를 때는 능선을, 하산할 때는 계곡을 타야 한다. 그 이유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갈래가 많아져 엉뚱한 곳으로 내려설 수 있고, 반대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목표한 계곡을 놓치고 엉뚱한 지계곡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능선으로 내려서거나 계곡으로 올라야 한다면 지도의 등고선 간격으로 경사의 완급을, 등고선이 U자형인지, V자형인지로 지능선이나 지계곡의 규모를 파악하고 지형과 잘 대조해 가며 갈라지는 지능선과 지계곡의 형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계곡 등행의 경우, 한순간 지도에서 자기 위치를 놓치면 계곡이 끝날 때까지 오르기 십상이다.
3. 쓸 만한 등산용 나침반을 들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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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나침반은 ‘쓸 만한 등산용 나침반’을 구입하도록 한다. 바닥판이 없는 작고 둥그런 싸구려 나침반은 독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방향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는 편이 낫다. 출발지점에서 각도가 5도 빗나가면 10km를 운행한 후에는 목표지점에서 1km 정도나 옆으로 비켜난다.
4. 잘 아는 시내에서 먼저 연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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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은 방위각 측정과 방위각 추적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데, 독도법에 갓 입문한 초보자라면 산에서 실습을 하기에 앞서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시내에서 연습해 보길 권한다. 동서남북으로 정확하게 난 교차로라면 더욱 좋다. 목표 방향이 동쪽(90도), 남쪽(180도), 서쪽(270도), 북쪽(360도)으로 딱 떨어지는 지점에 서서 나침반을 조작하거나 몸을 돌려가며 과연 목표한 방위각이 정확히 나오는가, 그 방위각대로 정확히 방향이 잡히는지를 실험한다. 이런 실습을 거쳐 자신감이 생기면 평소 잘 알던 산이나 설악산 천불동처럼 지계곡이 많고 이정표가 잘 설치된 긴 계곡을 오르면서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나 고개를 겨냥해 연습한다.
5. 고도계도 쓸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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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로 자기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지점에 위치가 찍히거나 목표지점이 하나밖에 없어서 교차지점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또 오르는 도중 비가 내리고 안개에 가려 자기위치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도계가 있으면 남은 구간의 고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른 속도를 참작해 계속 진행할 것인지, 도중 하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지도정치를 하듯 고도를 확실히 아는 지점에서 고도계를 수정해야 한다. 고도계는 기압에 따라 가리키는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고도계 수치가 높아졌다면 기압이 내려갔다는 의미이므로 날씨가 나빠질 징조이다. 반대로 수치가 낮아졌다면 날씨가 좋아질 징조다.
6.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중간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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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하면서 운행할 때, 지형에 특징이 없거나 깊은 숲 속, 또는 안개가 끼어 목표지점이 시야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이때는 중간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된다. 즉, 가야 할 목표지점까지의 구간을 잘게 나누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작은 절벽이거나 돌아가야 할 습지대라면 먼저 그곳까지 가서 다음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목표지점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정교하게 독도법을 구사해야 한다. 한 지역을 계속 맴도는 ‘링반데룽(Ring-wanderung)’은 운행방향 방위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행하다 저지르는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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